올 들어 보험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‘보험계약대출’이 5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. 보험계약대출은 통상 급전이나 필수 생활비가 필요할 때 받는 불황형 대출이지만, 올해는 증시 활황에 따라 보험까지 끌어다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. 금융 당국도 보험계약대출이 마구잡이로 늘었다가 제때 상환하지 못할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급히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다.

◇당국 “보험계약대출 한도 줄여라”
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, 삼성생명·한화생명·교보생명·신한라이프·NH농협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와 메리츠화재·삼성화재·현대해상·KB손해보험·D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의 지난달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5조4597억원으로 집계됐다. 작년 말의 54조9396억원보다 5201억원 불어난 규모다.
보험계약대출은 가입된 보험 상품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받을 수 있다. 다만 대출을 제때 못 갚으면 보험이 해지된다. 경제 활동에서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보험을 담보로 잡는 것이기 때문에, 불황기에 서민이나 자영업자 정도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끌어다 쓰는 대출 성격이 강했다.
올해도 미국·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등으로 실물 경기가 휘청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 계약 대출 수요가 있다. 하지만 금융 당국과 업계는 증시 호황기에 보험을 담보로 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. 은행권 마이너스통장이나 증권사 신용융자와 마찬가지로 ‘빚투(빚내서 투자)’의 일환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.
이에 금융 당국은 최근 주요 보험사들에 보험 계약 대출 관리를 당부하고 나섰고, 이에 맞춰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 대출 한도를 보험 해약 환급금의 95%에서 85%로 일제히 줄이고 나섰다. 한 보험사 관계자는 “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보험 계약 대출도 조일 것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로 알고 있다”고 했다.
◇널뛰는 증시에 좀처럼 안 잡히는 가계 대출
금융 당국은 보험계약대출로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. 고객이 보험계약대출 원리금을 제때 못 갚을 경우 보험사는 담보로 잡은 해약 환급금에서 차감한다. 그러다 미상환액이 해약 환급금을 넘어서면 보험 계약이 강제로 해지된다. 고객 개인으로선 그간 납입한 보험료를 고스란히 잃는 꼴이고, 보험사는 부실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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